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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파레노 <보이스> /리움미술관 전시

리움미술관은 전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의 국내 첫 개인전 《VOICES, 보이스》를 개최합니다.

전시기간 2024  2.28~7.7



바깥에 전시된 '막'



전시 《보이스》는 90년대부터 최근까지 파레노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서베이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는 30여년에 걸친 파레노의 활동을 대표하는 주요작품 및 신작으로 구성되며, 미술관의 야외 데크, 로비, M2, 블랙박스와 그라운드갤러리 전관에서 전개됩니다. 대형 신작 <막(膜)>(2024), <∂A>(2024), <움직이는 조명등>(2024), 최초의 작품 <꽃>(1987)을 비롯해 2000년 베니스 비엔날레 이후 처음 공개되는 피에르 위그와 M/M의 공동작업 <루미나리에>(2001), 그리고 <차양> 연작(2014-2023), <내 방은 또 다른 어항>(2002), <마릴린>(2012) 등 40여점을 선보입니다.

 
 
필립 파레노는 전통적 작가 개념에 도전하며 오브제 생산자로서 작가의 역할을 거부합니다. 그는 전시와 작품과의 역동적 관계를 탐구하고 ‘시간의 경험’을 제안하며 90년대 현대미술 형태의 혁신적 전환을 이끌었습니다. 작가는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및 첨단 정보기술과 같은 다양한 미디어의 방법론과 어휘를 활용하며 현실과 허구의 한계를 허물고 비선형적 시간성과 서사구조의 급진적 전환을 시도해왔습니다. 여러 층위로 복잡하게 짜여있는 그의 작업은 결코 하나의 입장이나 매체로 환원될 수 없는 끊임없는 움직임 그 자체입니다. 작업 초기부터 미술계의 촉매자 역할을 했던 파레노는 동료 작가들, 과학자, 음악가, 건축가 등 다수의 전문가와 협업을 기획하고 지적자산의 공유와 이상적 공동체를 제안하며 비평적 예술 실천에 앞장서왔습니다. 파레노에게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배열하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창작 행위입니다. 그의 관심은 오브제를 생산하는 일보다 그것이 전시에서 보여지는 형식과 그 상호작용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파레노의 전시는 시간을 감각하고 경험하는 유동적이고 열린 플랫폼이 됩니다.
 
전시 《보이스》는 ‘다수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감성적이고 공감각적인 안무를 펼치며 총체적 예술 경험을 제안합니다. ‘다수의 목소리’는 파레노 작업의 핵심요소로, 대상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주체로 변신하게 합니다. 한낱 망가 캐릭터가 목소리를 갖게 되면서 삶의 주체로 변화하는 안리(세상 밖 어디든, 2000)의 놀라운 여정을 떠올려봅시다. 파레노의 작업에서 ‘목소리'는 유령이자 알고리즘으로서 생명체의 출현과 소멸을 주관하며 진실과 허구를 말하는 주체인 것입니다. 전시는 과거에 파편적으로 존재했던 ‘다수의 목소리’를 하나로 집결시키며, 지금 여기에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 질문합니다. 이를 위해 작가는 하나의 새로운 목소리를 창조합니다. 배우 배두나의 실제 목소리가 인공지능에 의해 ‘실재하는 가상’의 목소리로 재탄생하는 것입니다. 배두나와의 협업으로 탄생된 신작 <∂A>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웅얼거림으로 시작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공언어 창조자가 만든 새로운 언어 ‘∂A’를 습득하며, 발화의 주체로 성장하는 작품입니다. 미술관 야외 데크에 설치된 기계탑처럼 보이는 신작 <막(膜)>은 색다른 인지력을 가진 인공두뇌로 미술관 내부에 떠도는 <∂A>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며 전시의 모든 요소를 조율합니다. <막(膜)>은 센서기능을 갖고 있어서, 기온, 습도, 풍량, 소음, 대기오염, 미세한 진동까지 지상의 모든 환경 요소를 수집하고 미술관 내부로 보냅니다. 유입된 이 데이터는 다채로운 사운드로 전환되고 또 새로운 목소리 <∂A>를 활성화시킵니다.
 
 
 
목소리는 마치 인형극 마스터처럼 작품을 활성화하며 공연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리움미술관은 거대한 자동기계(automaton)로 변신합니다. 조명이 깜박이며 벽이 움직이고 시계 태엽이 작동합니다. 눈이 녹는 소리가 들리며 거대한 스피커가 움직이고 광원이 이리저리 돌아다닙니다. 동시다발적으로 흘러나오는 알 수 없는 언어와 음악이 공간을 압도합니다. 영상이 켜지는가하면 반딧불이가 나타나고 피아노는 저절로 연주합니다. 마법의 세계와 같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환상은 아닙니다. 전시는 자기제어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며 모든 요소는 완벽하게 컨트롤되기 때문입니다. 단, 이 체계 안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와 우연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그 다음 단계를 예측할 수 없을 뿐입니다. 마치 생명체처럼, 《보이스》는 상호의존하며 실제와 가상의 경계에서 예측불허한 진화를 지속합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작품 <∂A>는 배우 배두나와 언어개발자 데이비드 J. 피터슨과 제시 샘스와 협업했으며, 피에르 랑샹탱이 언어 생성, 목소리 복제, 니콜라스 베커와 렉스가 사운드 디자인에 참여했습니다.

필립 파레노는 동료 작가 티노 세갈을 이 전시에 초청하여 전시 기간동안 블랙박스와 그라운드갤러리 공간의 에스컬레이터에서 티노 세갈의 라이브 작품을 소개합니다.

 

눈더미
2013-2024
인공 눈, 다이아몬드 분말, 점토
작가 제공

전시장 곳곳에는 서서히 녹는 얼음 조각, 문 손잡이가 된 크리스마트 오너먼트, 초현실적인 풍경에 군집한 펭귄 사진, 전시장 창문 바깥에 놓인 크리스마스 트리, 한구석에 거대한 높이와 면적으로 잿빛 눈이 쌓여 있다. 이미 벌어진 이벤트 그 이후의 시간, 또는 앞으로 벌어질 이벤트 직전의 시간을 다양한 매체로 탐구해온 파레노는, 겨울이라는 특정 계절을 연상하게 하는 <리얼리티 파크의 눈사람>, <혼란의 시기: 일 년 중 십일 개월은 예술 작품이고 12월은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눈더미>를 소개한다.

연작 <리얼리티 파크의 눈사람>은 1995년 일본 도쿄에서 큐레이터 얀 호엣(Jan Hoet)이 기획한 전시 《Ripple Across the Water》에서 회사원들이 점심시간마다 모여 식사를 하는 기린 공원(Kirin Park)에 처음 소개되었다. 파레노는 이 공원에 눈사람 모양의 얼음 조각을 설치해 점심 동안 눈앞에서 녹아내리는 조각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시간의 흐름을 새롭게 각인시켜 주었다. 조각이 녹아 사라진 자리에는 매일 같이 새로운 얼음 인간을 교체해 두는 이 작품은, 시간성을 지닌 예술 매체가 되어 바깥이 아닌 전시장 내부에서 관람객을 마주하며 실내와 야외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파레노는 최근 <눈사람> 작업에 흙을 섞어 흔히 동심과 연관 지어 떠올리는 눈사람의 이미지에 디스토피아적 현실성을 부여한다.

미술관 건축물의 내부 공간과 바깥의 틈새인 작은 중정에 반짝거리는 오너먼트로 장식된 보편적인 모습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눈에 밟힌다. 작품 제목처럼 ‘혼란의 시기: 일 년 중 십일 개월은 예술 작품이고 12월은 크리스마스’라는 문장은 이 평범한 나무가 시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도록 유도하는 보편적인 장식이자 특정 시간을 내포하고 있는 사물이다.

전시장에 거대한 눈더미는 마치 이곳에 한바탕 내린 눈을 밤 사이에 누군가가 한쪽으로 치워둔 것 같은 순간이다. 이 눈더미는 특정 객체에 대해 친숙하다고 생각한 우리의 관점을 불확실하고 변화하는 장면으로 무대화한다. 현실처럼 보이게 하는 작가의 의도는 결국 우연히 작용하는 수많은 관계 사이에 존재하는 개념의 산물이다. 이 진짜 같은 가짜 인공 눈의 입자는 대상을 바라보는 관객의 주관적 사고를 통해 전시를 경험하고 작가가 만들어 놓은 미장센을 환기시킨다.




Inez van Lamsweerde & Vinoodh Matadin Gérard Philippe (Title Sequence for a ‘Credits’ by Philippe Parreno)
2000
C-print mounted on aluminium
169.4 x 134.2 cm (framed)
Courtesy of Inez Van Lamsweerde, Vinoodh Matadin

Credits, a video piece, is a scaled-down version of an original cut consisting of 17 total named segments. Each title is actually the name of Parreno’s interviewees for the piece, a lineup that includes local residents, technicians, and even influential figures from the time, like Angus Young (guitarist of legendary rock band AC/DC) and Michael Poniatovsky (former French Minister of the Interior). By taking ending credits — which represent the structure of the movie industry as constructed by the very collaborators involved in the making of the piece — and presenting them as an artwork in their own right, Parreno brings the actual producers of popular culture to the forefront, both visually and aurally.

Parreno's experience growing up in a low-income 1970s housing complex called Échirolles serves as the backdrop of Credits. Despite being a formative part of the artist’s childhood, the complex itself no longer exists — and so Parreno worked with old friends and a range of collaborators (including administrators involved in its actual construction) to reconstruct it through the film.

Gérard Philippe (Title Sequence for “Credits” by Philippe Parreno) is a photograph from the late nineties in which fashion photographers Inez & Vinoodh have edited a child's face onto an adult body. When Credits comes to an end, precisely at the moment when the actual ending credits should roll, Parreno shows the viewer this photo by Inez & Vinoodh, hanging across from the video work itself. In effect, the photo acts as the piece’s “credits.”